‘리틀 태극전사’의 주장인 골키퍼 이창근(20·부산)이 화끈한 ‘슈퍼 세이브’ 쇼를 펼치며 한국 축구의 2013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8강 진출을 이끌었다.

이창근은 4일 터키 트라브존의 후세인 아브니 아케르 스타디움에서 열린 ‘강호’ 콜롬비아와의 대회 16강전에서 주장 완장을 달고 골키퍼로 선발 출전해 승부차기에서 상대 키커의 슈팅을 막아내며 8-7 승리의 주역이 됐다.

이창근은 이날 120분 연장 혈투에서 콜롬비아의 파상적 공세를 온몸으로 막아내는 ‘거미손 방어’로 동료에게 힘을 불어넣어 줬다.

1-0으로 앞서던 후반 종료 직전 콜롬비아의 ‘왼발 스페셜리스트’ 후안 킨테로(페스카라)에게 프리킥 동점골을 내줬지만 골키퍼로서는 손을 쓸 수 없는 실점이었다.

하지만 이창근은 경기 내내 몰아친 콜롬비아의 13차례 유효 슈팅을 모두 막아내 1실점으로 선방했다. 이날 콜롬비아가 쏟아낸 슈팅은 총 22개였다.

이창근은 조별리그를 치르는 동안 공중볼에 약점을 보이며 불안한 모습을 자주 연출했다.

쿠바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는 경기 시작 7분 만에 왼쪽 코너킥 상황에서 공중볼을 처리하려고 뛰어나왔지만 펀칭에 실패해 헤딩 선제골의 빌미를 내줬다.

포르투갈과의 2차전에서도 전반 3분 만에 코너킥을 막으려고 뛰어나오다 공간을 내주며 헤딩골을 허용하는 등 공중볼은 이창근의 ‘아킬레스건’이 됐다.

실수가 더 크게 드러나기도 했지만 이창근은 조별리그 1, 2차전에서 한국의 무패행진에 밑거름 역할을 톡톡히 했다.

포르투갈과 2-2로 맞서던 경기 종료 직전 빛나는 선방으로 무승부를 지켜냈다. 이에 앞서 정확한 골킥으로 류승우(중앙대)의 동점골을 끌어내는 발판 역할을 해냈다.

이창근은 이날 유력한 우승후보인 콜롬비아를 상대로도 빛나는 ‘선방쇼’를 펼쳤다.

전반 11분 페널티지역 정면에서 콜롬비아의 원톱 공격수 존 코르도바가 시도한 왼발 터닝 슈팅을 잡아내더니 전반 19분에는 왼쪽 측면을 돌파한 킨테로의 위협적인 슈팅도 막아냈다.

무엇보다 후반 종료 직점 킨테르가 페널티아크 부근에서 때린 강력한 왼발 슈팅을 몸을 날려 막아내 결정적인 실점 위기를 넘긴 것은 이날 선방쇼의 백미였다.

이창근의 활약은 피를 말리는 승부차기에서도 이어졌다.

이창근은 한국의 두 번째 키커인 송주훈(건국대)이 실축하며 부담감을 떠안았지만 상대의 세 번째 키커의 슈팅 방향을 정확히 읽고 막아내 위기를 넘겼다.

무려 9명까지 이어진 치열한 승부차기에서 이창근은 콜롬비아의 마지막 키커인 데이비 발란타와의 신경전에서 승리했고, 부담을 느낀 발란타는 크로스바 위로 볼을 차고 말았다.

이창근은 경기가 끝난 뒤 “동료와 U-20 월드컵에서 함께 하는 게 이번이 마지막인데 그 행복한 시간이 연장돼서 더 기쁘다”는 소감을 밝혔다.

승부차기에 들어가기 전에 코칭스태프가 다른 동료에게 말을 많이 해주고 컨트롤에 신경을 많이 쓰라는 조언을 들었다는 이창근은 “8강 상대가 유럽이나 남미팀이 아닌 이라크라서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든다”고 자신했다.

이창근은 지난해 11월 이라크와의 아시아축구연맹(AFC) U-19 선수권대회 결승에서 승부차기 끝에 4-1 승리를 이끈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