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대표단 활동으로 확인된 北 권력 ‘실세 3인’ 위상

北대표단 활동으로 확인된 北 권력 ‘실세 3인’ 위상

입력 2014-10-06 00:00
업데이트 2017-07-27 17:54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황병서 ‘넘버2’ 위상 대내외 확실히 과시최룡해, 황병서에 깍듯했지만 여전히 건재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에 참석한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짧았던 ‘12시간 체류’는 북한 실세들의 권력 내 위상을 확인할 기회가 됐다는 점에서도 관심을 끈다.

무엇보다 ‘대표단장’ 자격으로 방문한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은 ‘넘버 2’로서의 위상을 확실히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4일 인천공항 도착 직후 황 총정치국장이 1호 차의 조수석 뒷자리에 앉았고 최룡해 당비서는 같은 차량의 운전석 뒷자리에 탑승했다. 통상 승용차에서 조수석 뒷자리는 ‘상석’으로 받아들여진다.

평양에서부터 동행한 검은색 선글라스의 건장한 경호원 2명도 외부 이동 때 황 총정치국장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환담과 오찬 회담, 총리 면담 때도 황 총정치국장은 항상 해당 행사의 남쪽 최고인사 맞은편에 앉았다. 환담 때는 류길재 통일부 장관, 오찬 회담 때는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총리 면담 때는 정홍원 총리 앞에 자리를 잡았다.

특히 오찬 회담 때는 김양건 대남 담당 비서가 발언을 시작하면서 “총정치국장 동지의 승인을 받아서 간단히 말하겠다”며 말을 하기 전에 황 총정치국장의 동의를 구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황 총정치국장은 여야 의원과 면담 때 “세계패권 하는데 남북이 힘을 합치면 못할 것이 없다”고 말하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박자를 맞추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여야 의원과 면담에 배석했던 한 참석자는 “황병서 총정치국장이 완전한 2인자로 자리를 굳힌 듯하더라”며 “최룡해 당비서가 내내 ‘단장님, 단장님’ 하며 깍듯이 모셨다”고 말했다.

다른 참석자도 “황병서가 제일 서열이 높은 것 같았다”고 평가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도 4일 대표단의 출발 소식을 전하면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며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인 조선인민군 차수 황병서 동지가 비행기로 평양을 출발했다”며 “당 중앙위원회 비서들인 최룡해 동지, 김양건 동지가 동행했다”고 밝혀 황 총정치국장을 부각했다.

황병서는 지난 4월 말 군 총정치국장과 차수에 오른 데 이어 이달 25일 최고인민회의 제13기 2차 회의에서 총정치국장에 걸맞은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에 선임되면서 선군정치를 표방하는 북한 군부의 최고 실세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대표단장으로 남측을 방문함으로써 황 총정치국장은 자신의 정치적 위상을 대외적으로 확실히 과시한 계기가 된 셈이다.

최룡해 당비서는 총정치국장과 국방위 부위원장 자리를 황병서에게 넘겨줬지만 북한 권부 내에서 위상은 여전함을 보여줬다.

그는 류길재 장관과 환담에 앞서 ‘좋은 결과를 기대해도 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감 있는 표정을 보였다.

또 환담에서는 “이번에 남측 응원단과 선수들이 사심없는 응원이 됐고 이번 경기대회 편의를 조직위원회 남측에서 잘 보장했기 때문에 우리도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조국통일을 위한 사업에서 체육이 제일 앞서지 않았는가 하는 자부심과 긍지를 갖는다”고 말했다.

국가체육지도위원장을 겸하는 그가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북한 대표팀의 호성적을 과시하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또 북한대표단 11명 중에는 최 당비서의 서기(우리의 비서)와 그가 관장하는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의 체육부장이 동행해 이들이 사실상 그의 비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당비서는 여야 의원과 면담 도중 새정치민주연합의 임수경 의원을 가리키며 “내가 꼭 소개하고 싶다. 예전에 같이 청년위원장 할 때 만났던 인연이 있다”고 좌중에 소개할 정도로 거침없는 행동을 보여주기도 했다.

한편 김양건 당비서는 역시 베테랑 실무관료 출신답게 남북관계의 전문성 있는 영역에서 자신의 역할을 노련하게 소화했다.

오찬 회담에서는 “이번 기회가 우리 북남 사이 관계를 보다 돈독히 해서 좋은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왔다”고 밝히는 등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의견은 그의 입을 거쳐 나왔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해 내수 경기를 끌어올리는 ‘민생회복지원금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빠른 경기 부양을 위해 특별법에 구체적 지원 방법을 담아 지원금을 즉각 집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행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라고 맞서는 상황입니다. 또 지원금이 물가 상승과 재정 적자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지원금 지급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